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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코참: 친목을 넘어 이익 대변의 중심으로

캄보디아 코참: 친목을 넘어 이익 대변의 중심으로

캄보디아 한인상공회의소(KOCHAM Cambodia)를 둘러싼 갈등이 교민 사회와 한국 기업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안기오 회장 체제와 주캄보디아 대한민국대사관 간의 갈등은 단순한 오해를 넘어, 코참의 정체성과 역할, 나아가 캄보디아 내 한국 경제의 위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대사관은 코참을 “경제인들의 이익을 위한 친목단체”로 규정하며 안 회장 체제의 대표성과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협력 중단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캄보디아의 급성장하는 경제 환경과 한국 기업의 요구, 그리고 동남아시아 내 다른 코참의 성공적 전환 사례를 외면하는 시대착오적 판단이다. 코참은 더 이상 소수의 네트워킹 모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 기업의 권익을 대변하고, 양국 경제 협력의 가교로 우뚝 서야 할 때다.

갈등의 전개: 리더십 분쟁에서 대사관과의 대립으로

갈등의 씨앗은 2024년 말, 안기오 회장의 잔여 임기를 둘러싼 내부 분쟁에서 싹텄다. 이용만 전 회장을 포함한 일부 임원진은 안 회장이 약속대로 1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후임에게 자리를 넘기길 요구했다. 이에 안 회장은 정관상 2년 임기를 근거로 잔여 임기를 채우겠다고 맞섰다. 2024년 12월 26일 월례회장단 회의는 고성과 격론으로 얼룩졌고, 신임 투표를 둘러싼 논란은 대사관과 KOTRA 직원의 참여 적절성 문제로 확대되었다. 안 회장 측은 대사관의 참여가 부당하다며 외교부에 항의했고, 대사관은 2025년 2월 3일 공문(주캄보디아왕국대한민국대사관-631)을 통해 코참과의 공식 협력 중단을 선언했다.

대사관의 입장은 단호하다. 재외동포신문(2025년 3월 31일, 4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대사관은 코참을 “정치조직이 아니라 경제인들의 이익을 위한 친목단체”로 규정하며, 협력은 “실질적 대표성과 신뢰”를 기준으로 한다고 밝혔다. 특히, 2025년 2월 6일 코참이 대사관 경제담당관을 자문위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한 것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조치로, 대사관은 이를 “상식 밖의 판단”이자 “상대 기관에 대한 결례”로 비판했다. 2월 18일 공문에서 대사관은 코참과의 모든 역할(자문위원 포함)을 거부하고, 정관에서 대사관 관련 내용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3월 1일 삼일절 경축행사에 코참 임원진이 초대받지 못한 사건은 이 갈등이 교민 사회의 화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참의 본연의 역할: 친목을 넘어 이익 대변으로

코참의 설립 목적은 2007년 당시 캄보디아 내 소규모 한국 기업의 네트워킹과 정보 교환을 지원하는 친목단체로 출발했다. 그러나 18년이 지난 2025년, 캄보디아는 연평균 7%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동남아시아의 신흥 시장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캄보디아의 주요 투자국(1위 또는 2위)으로, 섬유, 제조업, 건설 등에서 수백 개의 기업이 활동 중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코참이 단순한 친목단체로 머무르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선택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의 사례는 코참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1953년 한국전쟁 직후 설립된 암참은 열악한 한국 경제 환경에서 미국 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고, 한미 경제 협력을 증진하는 공식 단체로 기능했다. 초기에는 네트워킹 중심이었지만, 한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정책 대화, 세미나, 정부와의 협상으로 역할을 확장하며 오늘날 800여 개 회원사를 대표하는 강력한 이익 단체로 자리 잡았다. 동남아시아 내 다른 코참도 이와 유사한 전환을 이뤘다. 베트남 코참(KOCHAM Vietnam)은 2004년 설립 이후 Vietnam Business Forum(VBF)을 통해 베트남 정부에 세제, 노동법 개정을 건의하며 2,400여 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 인도네시아 코참(KOCHAM Indonesia)은 1999년 한인회 산하에서 독립해 국세청, 노동부와의 간담회를 통해 규제 완화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사례는 코참이 친목단체를 넘어 경제적 이익 대변 단체로 발전해야 함을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캄보디아 코참도 이 길을 따라야 한다. 안기오 회장은 2025년 3월 캄보디아-아세안 비즈니스 서밋, 국세청 세미나, 상무부 장관 간담회 계획 등을 통해 코참을 경제 단체로 재정립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 암참, 유럽 유로참(EUROCHAM)과의 교류, 맞춤형 시장조사와 법률 지원 서비스 제공 계획은 캄보디아 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실질적 노력이다. 그러나 대사관의 협력 중단은 이러한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 코참이 대사관, KOTRA와의 협력을 통해 캄보디아 개발위원회(CDC)와 같은 공식 채널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베트남 코참처럼 정책 건의를 통해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대사관의 “친목단체” 규정에 대한 논리적 비판

대사관의 “코참은 경제인들의 이익을 위한 친목단체”라는 규정은 논리적으로 모순되고,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 첫째, 코참이 단순한 친목단체라면 왜 대사관과 KOTRA가 그간 협력해 왔는가? 친목 모임은 사적 네트워킹으로 충분하며, 국가 기관의 공식 지원은 필요 없다. 대사관과 KOTRA의 협력은 코참이 한국 기업의 권익 보호, 투자 환경 개선, 양국 경제 협력 증진이라는 공적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 코참은 KOTRA와 협력해 경제통상 리포트를 공유하고, VBF를 통해 정부와 대화한다. 캄보디아 코참도 KOTRA 프놈펜 사무소와 협력해 세무, 법률 세미나를 개최할 잠재력이 있다. 대사관이 이를 “친목”으로 축소하는 것은 코참의 본질적 역할을 외면하는 태도다.

둘째, 대사관의 규정은 캄보디아 내 한국 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캄보디아는 섬유, 건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로, 한국 기업은 최대 6년 법인세 면제와 같은 투자 인센티브를 활용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은 세제, 노동 규제, 환경 정책에 대한 최신 정보와 정부와의 협상력을 필요로 한다. 대사관이 코참을 친목단체로 한정하면, 기업은 공식 대변 창구 없이 개별적으로 정부와 협상해야 하는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이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캄보디아 내 한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축소시킬 위험을 낳는다.

셋째, 대사관의 입장은 동남아시아 내 다른 코참의 성공 사례를 무시한다. 인도네시아 코참은 2000년 가죽 수입 규제를 해결하며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했고, 베트남 코참은 노동법 개정을 건의해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했다. 이러한 전환은 친목 중심에서 경제 단체로의 도약을 통해 가능했다. 대사관이 캄보디아 코참의 개혁 노력을 “대표성 부족”으로 일축하고 협력을 거부하는 것은, 코참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처럼 발전할 기회를 차단하는 근시안적 태도다.

넷째, 대사관의 “신뢰와 대표성” 기준은 모호하고 주관적이다. 대사관은 안 회장 체제의 정당성 논란을 지적하지만, 이는 이용만 전 회장과의 내부 갈등에서 비롯된 문제로, 대사관이 중립적 중재자 역할을 하지 않고 한쪽 편을 든다는 의심을 낳는다. 예를 들어, 대사관은 전임 회장단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면서도 안 회장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이는 대사관이 교민 사회의 화합과 기업의 이익보다 특정 집단과의 관계를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사관은 권위주의적 태도를 내려놓고, 코참의 개혁 노력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책임이 있다.

코참이 나아가야할 길: 개혁과 미래를 위한 노력

안기오 회장 체제의 코참은 비판받을 점이 없지 않다. 정관 개정 과정에서 대사관과의 사전 협의 부족, 내부 갈등 관리의 미흡함은 분명한 실책이다. 그러나 안 회장의 노력은 캄보디아 코참을 단순한 친목단체에서 벗어나게 하는 필수적인 개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첫째, 안 회장은 캄보디아-아세안 비즈니스 서밋, 국세청 세미나, 상무부 장관 간담회 등 적극적인 외부 활동을 통해 코참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는 코참이 캄보디아 정부와의 공식 대화 창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둘째, 안 회장은 조직 개편과 7개 분과위원회 신설을 통해 코참의 운영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만들려 한다. 이는 과거 코참이 “소수 이익 추구”로 비판받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베트남 코참은 회원사 의견을 수렴하는 정기 세미나와 디렉터리 발간으로 투명성을 확보했다. 캄보디아 코참도 유사한 구조를 도입하면 회원사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셋째, 안 회장의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 노력은 캄보디아 내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 미국 암참, 유럽 유로참과의 교류는 캄보디아 코참이 지역 내 다른 상공회의소와 협력하며, 한국 기업에 최신 시장 정보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기반을 만든다. 이는 ASEAN 한인상공인연합회(ASEAN KOCHAM)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대사관의 비협조적 태도는 이러한 개혁의 걸림돌이다. 대사관은 코참을 “친목단체”로 규정하며 협력을 거부하지만, 이는 캄보디아 내 한국 기업의 권익 보호와 양국 경제 협력 증진이라는 대사관의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는 행위다. 대사관은 안 회장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고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전달하는 대신, 직접 대화 채널을 열어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이는 교민 사회의 화합과 한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필수적이다.

해결책: 대화, 개혁, 통합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대화다. 대사관은 코참의 정관 개정 논란을 빌미로 협력을 중단하기보다, 안 회장과 명확한 의제(정관 수정, 협력 복원 방안)를 설정해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 코참은 대사관의 우려(대표성, 정당성)를 해소하기 위해 회원사 참여를 확대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 코참은 정기 총회와 세미나를 통해 회원사의 의견을 반영하며 신뢰를 쌓았다. 캄보디아 코참도 유사한 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

둘째, 코참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 정관을 개정해 “경제 협력과 회원사 권익 보호”를 명시하고, 캄보디아 개발위원회(CDC)와의 공식 대화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KOTRA 프놈펜 사무소와 협력해 세무, 법률, 투자 인센티브 세미나를 정기화하면, 회원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코참이 업종별 협의체를 구성해 산업별 이익을 대변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셋째, 교민 사회의 화합을 위한 중재가 필요하다. 캄보디아 한인회는 대사관과 코참 간 중립적 중재자 역할을 맡아, 삼일절 행사 불참과 같은 갈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 이용만 전 회장과 안 회장 간의 개인적 갈등은 공개적 대화로 풀어야 한다. 과거 인도네시아 코참이 내부 갈등을 극복하고 단합한 사례는 교민 사회의 대의를 위한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결론: 대의를 위한 책임과 비전

캄보디아 코참 갈등은 개인 간 다툼이나 절차적 오류를 넘어, 한국 기업의 미래와 교민 사회의 단합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다. 대사관은 코참을 “친목단체”로 축소하며 협력을 거부하는 태도를 버리고, 안기오 회장의 개혁 노력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안 회장은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회원사의 신뢰를 얻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이용만 전 회장은 개인적 앙금을 내려놓고, 교민 사회의 화합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손석희 앵커가 뉴스룸에서 강조하듯, “문제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김대중 평론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빌리자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소모적 논쟁에 매달리는 것은 모두의 손해다.” 캄보디아 코참은 암참, 베트남 코참, 인도네시아 코참처럼 친목을 넘어 이익 대변의 중심으로 도약할 잠재력을 갖췄다. 대사관, 코참, 교민 사회가 대화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 기업의 밝은 미래를 위해 힘을 모을 때다. 코참이 캄보디아 내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양국 협력의 가교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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