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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코참: 친목의 족쇄를 벗고 경제의 중심으로

캄보디아 한인상공회의소(KOCHAM Cambodia)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안기오 회장 체제와 주캄보디아 대한민국대사관 간의 갈등은 단순한 개인적 다툼이나 절차적 논쟁이 아니다. 이는 코참이 무엇이어야 하는가, 캄보디아 내 한국 기업의 권익을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 나아가 한국-캄보디아 경제 협력의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대사관은 코참을 “친목단체”로 규정하며 안 회장의 리더십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캄보디아의 급성장하는 경제 현실과 글로벌 상공회의소의 성공 사례를 외면하는, 시대착오적이고 관료적인 고집일 뿐이다. 코참은 친목의 족쇄를 벗고, 한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강력한 경제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그 길은 이미 다른 나라의 상공회의소들이 증명해 왔다.

암참의 시작과 진화: 친목에서 권력으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Korea)는 코참이 나아갈 길을 선명히 보여준다. 1953년, 한국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암참은 소규모 친목 모임으로 시작됐다. 당시 한국은 경제적으로 최빈국이었고, 미국 기업들은 불확실한 시장에서 정보 교환과 네트워킹을 위해 모였다. 하지만 암참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며 명함을 주고받는 데 머물지 않았다. 1960~70년대 한국의 산업화와 함께 암참은 정책 대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정부와의 간담회, 세제·노동법 개정 건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지원 등으로 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며, 오늘날 800여 개 회원사를 대표하는 강력한 로비 단체로 성장했다.

암참의 성공 비결은 세 가지다. 첫째, 명확한 정체성 재정립이다. 암참은 친목단체를 넘어 “한미 경제 협력”과 “회원사 권익 보호”를 정관에 명시하며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둘째, 정부와의 협력이다. 한국 정부와 정기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해 정책 건의를 체계화했다. 셋째, 국제 네트워크 활용이다. 미국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와 아시아태평양 암참(AAP)과의 연계를 통해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암참은 한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스스로를 재발명하며, 단순한 모임에서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권력의 중심으로 탈바꿈했다.

5개국의 상공회의소: 친목을 넘어선 성공 사례

암참의 사례는 고립된 예외가 아니다. 세계 곳곳의 상공회의소들이 친목단체의 한계를 넘어 경제적 영향력을 키운 사례는 캄보디아 코참에 강한 메시지를 준다.

  1. 베트남 코참(KOCHAM Vietnam): 2004년 설립된 베트남 코참은 초기 친목 중심이었지만, 베트남의 경제 개방과 한국 기업의 진출(삼성, LG 등)로 급성장했다. Vietnam Business Forum(VBF)을 통해 베트남 정부에 세제 감면, 노동법 개정을 건의하며 2,400여 개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한다. KOTRA와의 협력으로 세미나, 경제 리포트를 제공하며 기업의 실질적 지원군이 됐다.

  2. 인도네시아 코참(KOCHAM Indonesia): 1999년 한인회 산하에서 시작된 인도네시아 코참은 2000년대 독립하며 경제 단체로 전환했다. 업종별 협의체를 구성해 가죽 수입 규제 완화, 노동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국세청, 노동부와의 정기 간담회는 회원사의 신뢰를 얻는 핵심 동력이었다.

  3. 트리니다드토바고 암참(AMCHAM T&T): 1992년 미국 대사의 주도로 설립된 AMCHAM T&T는 초기 12개 기업의 소규모 모임이었다. 하지만 지역 내 무역·투자 촉진을 목표로 AACCLA(라틴아메리카 암참 연합)에 가입하며 성장, 현재 290개 회원사를 대표한다. 정부와의 로비로 세제 혜택을 얻어내고, 지역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4. 룩셈부르크 암참(AMCHAM Luxembourg): 1994년 설립된 이 암참은 유럽연합(EU)의 금융 중심지라는 지역 특성을 활용했다. 초기 미국 기업 중심이었지만, 국제 기업으로 회원층을 확대하며 현재 400개 기업을 대표한다. EU 정책에 대한 건의, 세미나 개최로 룩셈부르크 경제의 핵심 플레이어가 됐다.

  5. 중국 암참(AMCHAM China): 1996년 독립된 조직으로 출발한 중국 암참은 미국-중국 경제 협력의 가교로 자리 잡았다. 연례 “American Business in China White Paper”를 통해 중국 정부에 정책 건의를 하고, Business Climate Survey로 기업 환경을 분석한다. 2004년 설립된 US-China Aviation Cooperation Program은 항공 산업 협력을 강화하며 회원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였다.

이 다섯 사례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친목단체로 시작했지만, 경제 환경의 변화와 회원사의 요구를 반영해 정책 대화, 정부 협력, 국제 네트워크로 역할을 확장했다. 이들은 단순히 회원들 간의 친분을 다지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의 큰 그림 속에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략적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캄보디아 코참: 왜 친목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나

캄보디아는 더 이상 2007년 코참 설립 당시의 가난한 농업국가가 아니다. 연평균 7.7%의 GDP 성장률, 2022년 44.54억 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2027년 최빈국(LDC) 졸업 목표는 캄보디아가 동남아시아의 신흥 시장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캄보디아의 주요 투자국(1~2위)으로, 섬유, 건설, 제조업에서 수백 개 기업이 활동 중이다. 이런 환경에서 코참이 여전히 “친목단체”로 머무는 것은 한국 기업의 잠재력을 가두는 족쇄일 뿐이다.

대사관의 “친목단체” 규정은 논리적으로도 허점투성이다. 첫째, 대사관은 코참의 대표성과 신뢰를 문제 삼지만, 그 기준은 모호하고 주관적이다. 안기오 회장의 리더십 논란은 이용만 전 회장과의 내부 갈등에서 비롯됐고, 대사관은 중립적 중재자 역할을 외면한 채 한쪽 편을 든다는 의심을 낳는다. 둘째, 대사관의 규정은 캄보디아 경제의 현실을 무시한다. 한국 기업은 세제, 노동 규제, 투자 인센티브 정보를 필요로 하며, 이를 대변할 공식 창구가 필요하다. 대사관이 코참을 친목으로 한정하면, 기업들은 정부와 개별 협상해야 하는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 셋째, 대사관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코참의 성공 사례를 외면한다. 이들은 KOTRA, 대사관과 협력해 정책 건의를 체계화했지만, 캄보디아 대사관은 협력을 거부하며 코참의 개혁을 가로막는다.

안기오 회장은 코참을 경제 단체로 재정립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2025년 3월 캄보디아-아세안 비즈니스 서밋 참석, 국세청 세미나, 상무부 장관 간담회 계획은 코참을 정부와의 대화 창구로 만들려는 시도다. 미국 암참(AMCHAM Cambodia), 유럽 유로참(EUROCHAM)과의 교류, 맞춤형 시장조사와 법률 지원 서비스는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는 비전이다. 그러나 대사관의 비협조는 이 노력을 무력화한다. 2025년 2월 3일 협력 중단 선언, 3월 1일 삼일절 행사에서 코참 임원진 배제는 교민 사회의 신뢰와 화합에 균열을 낳는다. 대사관의 태도는 한국 기업의 이익과 교민 사회의 단합을 저해하는, 관료적 고집의 전형이다.

기관 협력의 필수성: 혼자 가면 길이 막힌다

코참이 암참이나 다른 성공 사례를 따르려면, 대사관, KOTRA, 캄보디아 정부, 국제 단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첫째, 대사관과의 협력은 코참의 공신력을 높인다. 베트남 코참은 대사관의 지지를 받아 VBF를 운영하며 정부와 대화한다. 캄보디아 대사관이 협력을 복원하면, 코참은 캄보디아 개발위원회(CDC)와 공식 채널을 구축할 수 있다. 둘째, KOTRA와의 파트너십은 실질적 지원을 가능케 한다. KOTRA 프놈펜 사무소는 세무, 법률 세미나를 통해 기업에 최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캄보디아 정부와의 대화는 정책 환경 개선으로 이어진다. AMCHAM Cambodia는 캄보디아 정부와 투자 환경 개선을 논의하며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한다. 코참도 상무부, 국세청과의 간담회를 정례화해야 한다.

국제 단체와의 연계도 중요하다. ASEAN 한인상공인연합회(ASEAN KOCHAM)와의 협력은 지역 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AMCHAM Cambodia, EUROCHAM과의 교류는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다. 캄보디아의 WTO 가입(2004년)과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참여는 개방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 코참이 이 흐름을 놓친다면, 한국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다.

해결책: 대화, 개혁, 그리고 비전

코참의 미래를 위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대사관과의 대화다. 대사관은 안 회장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고 공문으로 일방적 입장을 전달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명확한 의제(정관 개정, 협력 복원)를 설정한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 둘째, 코참의 내부 개혁이다. 안 회장은 7개 분과위원회 신설, 투명한 운영을 통해 회원사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베트남 코참의 정기 세미나, 디렉터리 발간은 모범 사례다. 셋째, 교민 사회의 통합이다. 캄보디아 한인회는 대사관과 코참 간 중재자 역할을 맡아, 삼일절 행사 불참 같은 갈등을 방지해야 한다. 이용만 전 회장과 안 회장은 개인적 앙금을 내려놓고 교민 사회의 대의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결론: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것인가

캄보디아 코참 갈등은 단순한 조직 내 다툼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관료적 태도와 개혁의지를 꺾는 소모적 논쟁의 결과다. 대사관은 “친목단체”라는 낡은 틀을 강요하며 코참의 잠재력을 가둔다. 안기오 회장은 논란 속에서도 개혁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암참, 베트남 코참, 인도네시아 코참은 친목의 한계를 넘어 경제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캄보디아 코참이 이 길을 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대사관, KOTRA, 캄보디아 정부와의 협력은 그 여정의 필수 동반자다. 지금 코참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친목의 족쇄를 끊고, 한국 기업의 미래를 열어젖히는 것이다. 캄보디아의 경제적 도약 속에서 코참이 그 중심에 서기를 기대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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